[캠퍼스엔 = 안소현 기자] 지난해 겨울 ‘겨울왕국2’가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또 다시 ‘엘사 열풍’이 불었다. 겨울왕국1은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제하는 법을 터득하는 스토리였다면 이번 영화는 전편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엘사가 자신의 힘의 근원과 진정한 자아를 찾는 이야기이다.
겨울왕국의 주인공은 둘 다 여성이다. 언니인 엘사는 조용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책임감이 강해 자신의 나라와 가족을 위해 앞장선다. 동생인 안나도 엘사처럼 책임감이 있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 두 강인한 여성이 ‘겨울왕국’의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처음부터 디즈니 공주들이 이런 강인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90년대에 나온 공주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수동적인 모습들을 보였다.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그리고 오로라 공주는 힘든 상황에서 꿋꿋이 버티며 마지막에 왕자의 도움을 받아 이를 이겨내면서 흔한 ‘신데렐라 클리셰’를 보여준다. 심지어 백설공주의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Im wishing’이라는 노래에는 왕자를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을 정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주 영화의 히로인들은 점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인어공주의 에리얼, 미녀와 야수의 벨, 알라딘의 자스민은 초반의 공주들보다는 자기주도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에리얼은 뭍에 있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 스스로 마녀를 찾아가서 다리를 얻고 벨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야수의 성에 남기를 결정한다. 자스민은 영화에서 16살이 되면 결혼해야한다는 법에 불만을 표하고 도망가기도 하며 “I am not a prize to be won”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한다.
자스민 이후의 공주들은 ‘뉴웨이브 프린세스’라고 불리며 능동적으로 스토리를 주도하는 ‘신여성상’의 모습을 투영한다. 그 예시가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포카혼타스, 뮬란, 티아나, 라푼젤, 메리다, 모아나, 엘사 그리고 안나이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의존하지도 않고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심지어는 남자 주인공을 구해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 이전의 영화들이 실사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하고 시리즈물로 나오곤 한다. 이 과정에서 똑같은 작품의 주인공이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어 제작된다. 작년에 개봉한 알라딘 실사 영화의 자스민 공주는 에니메이션보다 조금 더 주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새로 추가된 ‘speachless’라는 ost와 공주가 군주가 된다는 결말이 이 근거이다. 또한 ‘왕자와 결혼해 성공한 여성’의 대표적인 표본인 신데렐라는 2007년에 ‘신데렐라3’를 개봉한다. 이 스토리에서 신데렐라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뒤바뀐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운다.
공주들이 변하면서 남자 주인공들의 성향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전에서는 여성을 고난에서 구출하는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여성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믿어주는 자상한 성격으로 묘사되곤 한다. 특히 가장 최근에 개봉한 영화인 ‘겨울왕국2’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안나가 크리스토프에게 댐을 부수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유도 묻지 않고 안나의 말에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대가 지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모습이 달라지고 이에 맞춰 디즈니 영화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