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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에 담긴 이질감

- “손님은 왕이다.”라는 갑을관계의 문제성
- 동등한 위치에서의 지향점

▲ 사진출처: 픽사베이

 

체스라는 게임을 아는가? 체스는 킹, 퀸, 룩, 비숍, 나이트, 폰 등 각자 16개씩의 기물(器物), 즉 말(chess pieces)을 사용하여 즐기는 전술 기반의 게임이다. 간단히 말하면, 장기와 같이 왕(King)과 왕(King)이 싸우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체스 말에는 각기 다른 뜻이 담겨있으며, 위의 사진에 담긴 ‘폰’은 ‘인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한 칸씩밖에 전진할 수 없지만, 끝까지 살아남아서 체스판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된 ‘폰’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얻은 ‘인간의 깨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 모두 같은 인간의 모습을 한 ‘폰’들 중에서 하나의 '폰'만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은 이질감이 느껴진다. 

 

○ 울산 스타벅스 갑질 사건

 

얼마 전 울산 스타벅스 매장에서 손님의 갑질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5월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인 A 씨의 글로 알려지게 되었다. A 씨는 직장인이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건 당일 손님 B 씨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했고, 직원 A 씨는 B 씨에게 다시 한번 주문을 확인한 후, 따뜻한 커피 두 잔을 B 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B 씨는 차가운 커피 한 잔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켰다며 주문 착오에 대해 화를 냈고, A 씨는 B 씨에게 “고객님이 따뜻한 거 두 잔 시키셨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B 씨는 본사에 전화하라며 막무가내로 횡포를 부렸다. 음료를 던지며 삿대질을 했고, 위협적인 욕설,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동료 직원이 사과하며 새 음료를 제공했음에도 B 씨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계속 욕설을 하며 흥분한다면 응대가 어려우며,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밖에 없다고 알렸다. 하지만, B 씨는 녹음 중인 A 씨의 핸드폰을 부수려고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A 씨는 멱살이 잡혔다.

 

곧 점장(책임자)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내려왔지만, 점장은 ‘고객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대자를 현장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매뉴얼(manual)을 지키지 않았다. 또한, A 씨에게 잘못이 있다며 B 씨에게 사과하도록 강요했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진 것 없이 A 씨는 묵묵히 직원으로서의 업무에 매진해야 했다.

 

사건 이후에도 점장의 무책임한 행동은 이어졌고, A 씨는 인사고과 보복을 당했다. 여러 사건을 비롯한 피해를 겪은 A 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B 씨를 고소한 상태이다.

 

○ “손님은 왕이다.”

 

“손님은 왕이다.”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다. 이 말은 손님의 권위를 세워줬지만, 직원의 권리는 누릴 수 없게 했다. 말에 힘이 있듯이, 지나친 권리를 누리게 된 손님은 ‘왕’행세를 하며, 백성 신세의 직원에게 욕설, 폭언, 폭행을 일삼으며 으스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손님의 행동을 ‘갑질’이라고 이름 붙여 부르고 있다.

 

‘갑질’이란 갑을관계에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앞의 스타벅스 사건에서 B 씨가 A 씨에게 한 행동을 ‘갑질’로 바라본다.

 

이에 반해 사건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A 씨의 행동이 ‘을질’이라고 주장한다. ‘을질’이란 갑을관계에서 약자인 ‘을’이지만, ‘갑’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뜻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A 씨가 주문을 잘못 들었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으며, 오히려 손님인 B 씨에게 맞대응한 점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문제의 논점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갑질과 을질의 비교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말에는 힘이 있는데, 갑질 혹은 을질이라는 단어를 통해 손님과 직원 사이의 우위 관계를 정했다는 것 자체가 손님의 왕 행세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나치지 않은 정도라면, 직원은 손님보다 약자의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갑질’을 몰아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왕이 아닌 사람에게 씌워진 왕관은 이질감이 느껴질 뿐이다. 손님은 왕이 될 수 없으며, 직원과 같은 사람이다. 직원은 단지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손님의 불편을 최소화할 목표를 가질 뿐, 그의 횡포를 묵인할 이유가 없다. 사람과 사람의 문제로 스타벅스 문제를 바라본다면,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는 명백히 보일 것이다.

 

○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

 

많은 사람이 ‘갑질’이라는 단어를 통해 ‘갑’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고 있으며, 함께 분노하고 있다. 또한, 그들의 행동이 적법한 처벌을 받기를 원하며,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악행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여 등장한 ‘을질’이라는 신조어 자체에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러한 단어가 계속해서 사용된다면, 결코 ‘갑질’ 혹은 ‘을질’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 직원은 손님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손님의 불편함을 줄이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대응할 때, 손님의 유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직원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반복적인 알고리즘이 형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원의 권리를 져버리고,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면서까지 ‘약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관리자의 적절한 대처로 직원과 손님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직원을 약자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손님의 입장에 서게 된다면, 갑으로서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불만을 적절한 절차에 따라 원만히 해결할 때 비로소 ‘갑질’과 ‘을질’의 양상이 흩어질 것이다.

 

따라서 ‘갑질, 을질’이라는 단어 사용으로 누군가를 우위에 두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 서 있을 때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판단을 하고, 문제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한다면 반복적인 악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인식에 따라 문제를 판단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여 사용한다면 사회 문제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갑을관계 문제 외에도 최저임금 문제, 차별 문제, 범죄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둘러싸인 고난과 역경을 하나씩 헤쳐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서 있으며, 갑을관계 문제를 비롯한 사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폰'과 같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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