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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터뷰

[인터뷰] 이주미, "함부로 감정될 수 없는 감정과 우리사회 감정노동 현주소에 대하여"

 

오늘날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범위는 단순히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친구와 연인 관계를 포함한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창작자로서 창작을 하는 순간, SNS가 일상화된 현실 등으로 매우 넓고 다양해졌다. 현대사회 감정노동의 현주소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속한 개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우리의 감정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작품으로 전시를 한 학생들이 있다. 대표 학생과의 인터뷰가 담긴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감정품>팀의 연출과 기획을 맡았던 서울예술대학교 재학생 이주미입니다.

2. 종강하고 어떻게 지내시나요? 방학을 즐기고 계신가요.

종강하고 일주일 정도는 학기 중엔 절대 할 수 없었던 게으른 생활도 해보고 알람으로부터 자유로웠는데 
갑자기 할 일들이 또 많아져서 제대로 쉬지는 못하고 있어요. 방학을 다시 즐기고 싶네요. (웃음)

 

 

3.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있음 展> 이 어떤 전시였는지 궁금해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있음 展>은 서울예술대학교 예술창작기초학부에 개설된 수업으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서 전시를 기획하고 완성해나가는 프로젝트인 "융합과 전시"의 두번째 프로젝트입니다. 올해 7월 1일부터 3일까지 교내에서 진행되었어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있음 展>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각 팀들의 작품과 전시를 크게 연결해주는 하나의 제목입니다. 

 

4.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있음 展> 에 속한 네 팀들은 어떤 작품으로 전시를 했는 지 궁금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총 네 팀이 참여를 했는데요. 네 팀은 동시대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주거문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피로사회, 감정노동, 사고로 인해 부재된 수학여행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감정노동에 대한 작품으로 전시를 진행했고, 제목은 <감정품> 이었어요. 

 

5. '감정품'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감정품이라는 제목에 가장 담고 싶었던 의미는 '인간의 감정이란 함부로 감정될 수 없는 존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감정'이라는 단어는 'emotion'의 의미가 더 익숙하지만 '감정하다'라는 의미도 있잖아요. 사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감정노동의 문제가 정말 심각한데 인간의 감정이 여러 사회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판단되고,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동시에 이야기하는 전시였기 때문에 이 두 의미를 다 담고 있습니다. 제목은 전시의 첫인상일 수 있으니까 직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너무 모든 걸 다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분들이 처음 이 제목을 듣고 '무슨 의미일까?'하고 스스로 물음표를 던져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저희의 전시를 관람하고 전시장을 나갈 때에는 그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어있기를 바랐어요. 

 

6. 그렇다면 '감정품'은 어떤 전시였나요?

먼저 저희 팀 전시의 특징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설치미술과 프로젝션 맵핑기술을 활용한 전시였어요. 각기 다른 모양의 찰흙 산을 제작했어요. 이 찰흙들 중 메인이 되는 찰흙이 하나 있었는데요 이 찰흙은 '타인이나 사회에 의해 함부로 감정될 수 없는 감정의 존엄성'을 표현하고자하는 의미에서 단상에 놓여있는 저울 위에 올려졌습니다. 이 찰흙 산에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해서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비주얼로 나타냈어요.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보여지는 영상들에 몰입감을 더해주는 사운드도 따로 제작하였습니다. '찰흙'은 여러 사회적 상황에서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사회 속 개인의 감정"을 상징합니다. 이 때의 감정들은 그 상태로 굳어지고 무뎌진 것이 아니라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상황 속에서 무뎌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무뎌지지 못하고 방황중인 감정들을 나타내요.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사회적 맥락과 감정노동을 통해 고통받는 개인,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문장과 키워드,선,눈동자,갇혀있는 인간의 모습 등으로 표현했어요. 또한, 맨 마지막에는 메인이 되는 찰흙을 둘러싸고 있는 찰흙들이 모두 블랙아웃되고, 메인의 찰흙에 투영된 영상만 움직이는데요 이때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이 내레이션은 저희 전시의 주제를 전달하기위한 것이었어요. 사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팀원들과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좀 있었는데요. 답을 정하고 관객에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야할까, 아니면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어야할까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실제로 저희가 이 작품을 준비하기위해 도출했던 수많은 인사이트들을 떠올려볼 때 크게 두가지로 의견이 나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내레이션을 통해 그 두 목소리를 모두 담아냈어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때문에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 어느정도 겪을 수 밖에 없는 필요악'이라는 목소리와  '감정노동은 그런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목소리였습니다.

 

7. 인사이트도출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무엇인가요?

맨 처음에 '감정노동'이라는 소재만 정해졌을 때, 일주일간 진행했던 설문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전시에 쓰인 텍스트나 문장들은 설문의 주관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총 92분이 설문에 참여해 주셨는데, 사실 설문조사의 주관식 문항이 굳이 쓰고 싶지 않을 때도 많고 넘어갈 수 있으면 넘어가고 싶은 문항일 때가 많잖아요. 저희의 설문에는 주관식 문항이 좀 많았거든요.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음에도 많은 분들이 '감정노동'에 대한 경험과 생각, 의견들을 많이 남겨주셔서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고 진짜로 큰 힘이 되었어요. 동시에 이 주제가 정말 많은 분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주실 정도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그리고 우리의 삶과 굉장히 밀접한 주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을까', '정말 우리가 전시를 통해서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8. 주관식 문항에 대한 답들 중 인상깊었던 답이 있을까요? 아이디를 구체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이야기가 있나요?

모든 답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정말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감정노동'이라는 단어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 주된 업무인 서비스직에 국한되었다면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사회적 맥락이나 이유들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SNS와 창작자의 감정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SNS가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혼자 있는 공간에서조차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것, 사회의 발전 덕분에 시공간의 제약 없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 왔고 이를 통한 이점도 분명히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이 연결은 족쇄 같다는 이야기였어요. 잠을 자는 순간을 제외하고 진정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없다는 것,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SNS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창작자는 창작을 해야 하는 상황과 창작의 결과물을 내야 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는데 창작을 하기 위해서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억지로 보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억지로 생각해야 하는 시간들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감정노동 같다는 이야기였어요. 좀 새로운 시각 같다고 느꼈어요. 92분이 써주신 응답을 보면서 정말 '감정노동'에 대한 생각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범위가 사람마다 이렇게 다 다르구나'라는 것을 정말 크게 느꼈어요. 그리고 그 상황들이 모두 '사회에 속해있다'라는 이유로 겪을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서글펐던 것 같아요. 설문의 문항 중에 '감정노동을 해결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문항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라는 응답비율이 꽤 높았거든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저 역시도 무력감을 느껴본 부분이라서 이 설문에 답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저도 이 답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9. 그렇다면 '이주미'의 일상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감정노동'의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요? 내가 감정노동을 하고있는 상황이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나요?

저는 사실 이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기 전에는 '감정노동'이라는 것과 제가 굉장히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스스로에 대해서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특히 힘들다고 느낀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원래부터 힘든 게 티가 잘 안 난다고들 말하더라고요. 저도 티를 잘 내는 성격도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제가 주도적으로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저도 굳이 마다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사회적 상황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역할들이 분명히 있고,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저라면 제가 그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때로는 그 책임감이 스스로를 너무 괴롭힐 때가 많은 것 같아요.물론 저의 인생에서 책임을 강요하는 사람이나 상황은 없었지만 책임을 지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싫고, 책임은 지기로 했으면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 그런 마음들이 중압감으로 작용할 때가 은근히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때로는 저를 믿고 저에게 기대거나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제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나 혼자서 너무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끼는 상황들이 올 때 저는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안 받는 줄 알았는데 받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 제 인생이나 스스로를 위해서 가장 잘 지키고 싶은 가치가 '책임감'인데 뭐든 지키고 싶은 것들이나 잘 해내고 싶은 것들은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이 책임감이라는 태도를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요즘 저에게 가장 큰 화두인 것 같아요.

 

10. 끝으로, 전시를 준비하던 때의 나에게 말을 해 줄 수 있다면 어떤 순간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중간에 저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주제가 한번 바뀌었어요. 바뀌게 되면서 제가 연출을 맡게 되었는데 그때의 저에게 '지금 하는 것처럼 하면 결국 잘 된다'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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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미 기자

서울예술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미 기자입니다.
좋은 기사로 찾아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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