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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터뷰

[인터뷰] 윤소연, "사실 다큐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캠퍼스엔/이주미 기자] 과거의 사건들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재현된다. 우리가 '과거사'일뿐이라고 믿어온 것들은 대부분 '현재사'와 연장선이지만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이 사유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때, 사회적 약자나 소수집단은 항상 존재해왔다. 무엇을 어떻게 규정하는 사회에 속해있느냐에 따라서 누구든 사회적 약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문제들은 과거부터 만연해왔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해결책은 미흡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기대하려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모든 것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관심을 지속시키는 힘은 '공감'으로부터 나온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알아야하고, 알기 위해서는 노력해야한다.

2020년 10월 31일 토요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최근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다큐를 제작한 윤소연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광고를 전공한 이유도, 다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사회적 약자를 격리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라는 윤소연 학생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예술대학교 광고창작전공 윤소연입니다.

 

2. 제작한 다큐의 시사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다큐인가요?

‘선감학원’에 대한 다큐입니다. 선감학원은 안산의 선감도라는 섬에 위치한 소년 강제 수용소입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세워져 해방 이후에도 존치되었고, 8000여 명에 달하는 소년들은 노동과 구타 그리고 배고픔과 성폭력을 견뎌야 했으며 그들의 나이는 대개 8세에서 13세였습니다. 8000여 명에 달하지만 그들이 어떤 일을 당했고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죠.
 저희의 팀명이자 다큐의 제목이 된 <우리들의 노래>는 선감학원 원가의 제목입니다. 어린 소년들은 선감도에 끌려갈 때에도, 친구를 땅에 묻을 때에도 눈물을 흘리며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른이 된 소년들은 선감학원과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 이 다큐를 제작하게 되었고, <우리들의 노래>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3. 광고 전공생인데 다큐에 관심을 갖게 이유가 궁금해요!

광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봤을 때, 매체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광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특수교사’를 꿈꿨기때문에 고등학생 때 장애 아동 고아원에서 봉사를 했었는데 봉사를 하면서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사회는 이들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회를 먼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광고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광고를 선택한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때, 현재 다큐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원래 가졌던 목표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광고는 짧은 시간 안에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이 사건을 짧은 시간 안에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이 사건을 알리는 것에만 목적이 있었다면 '광고'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택했을 것 같은데, 저는 서서히 다가가서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때문에 '다큐'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4. 고등학생 때 봉사를 하면서 '아직 사회가 이들을 받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는데 이런생각이 크게 와닿았던 일이 있었나요?

고등학교 시절에 같은 반 친구 중에 특수학급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마음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그 친구는 대부분의 시간을 특수반에 보냈고 저희 반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잠깐이었는데 그 당시에 이 부분이 이해가 잘되지 않았어요. 저는 평소에 ‘왜’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특수반이나 특수학급을 굳이 나누지 않고 함께 공부하는 통합교육을 초기부터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거든요. 특수반과 특수학급을 나누는 것 자체가 이미 다르다고 구분 짓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뭔가 실질적인 대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고 형식적인 부분에만 그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우리 사회가 아직 준비가 많이 안 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선감학원'에 대한 저의 생각도 이와 비슷해요.선감학원 사건이 군사정권 때 ‘우리가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선감학원과 같은 시설에 가둬버린 사건입니다. 국가의 가난을 감추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격리해 버린 거죠. 우리 주위에 장애를 갖은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생각해보면 일상 속에서 그렇게 자주 볼 수 없잖아요. 그들이 시설에 보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노인분들도 그렇고 사회적 약자를 ‘복지’라는 이름으로 격리를 시켜버린 거죠.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격리해버렸다면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사회적 약자들을 격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한테 선감학원 이야기는 다큐로 풀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과거의 사건을 알리고 싶다는 이유보다는 이렇게 안타깝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건이 형태만 다를 뿐 현재에도 끊임없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5.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다큐를 찍기 전과 찍고 난 후에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요?

광고랑 다큐를 제작하는 방식이 좀 다르다고 느꼈어요. 이번에 다큐를 처음 찍는 것이다 보니까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기승전결을 짰었는데 사건을 접하면 접할수록 한 분 한 분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처음 기획 당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담아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초반에 계획했던 것들로부터 많이 멀어지더라고요. 다음에 다큐를 제작할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최대한 열어놓고 시작을 하고 후반작업을 하면서 정리를 하는 방식으로 제작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이번에 제작한 다큐 <우리들의 노래>가 다른 다큐와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임흥순 감독님의 작품을 다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위로 공단> 입니다. <위로 공단>은 예술 다큐인데 기존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의 다큐보다는 감독의 의도나 해석이 더 드러나는 작품이다 보니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많이 둔 다큐라고 생각해요. 기존에 선감학원을 소재로 제작한 다큐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대부분 진상을 파헤치고 사건 자체에 대해 알리는 느낌이 강했어요. 저희는 '우리가 왜 이 사건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전달하는데 좀 더 집중했어요. 당위성을 전달해야 하는 만큼 몰입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오프닝 부분에 애니메이션과 마임 퍼포먼스라는 예술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이것이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 앞으로도 다큐를 제작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주제로 해 보고 싶은가요?

요즘은 '늙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노인이 되었을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떨지.. 저는 '노인'이 된 저의 모습을 상상하면 두려울 때가 많아요. 그런데 늙는다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좀 더 어떻게 잘 맞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또 다큐를 제작하게 된다면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하고 배워보고 싶어요.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해요. 요즘의 트렌드 자체가 B급 감성이 사랑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모티콘의 형태만 보더라도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이는 이모티콘들이 더 사랑을 받잖아요. 워낙 다들 사는 게 힘들다 보니까 가볍게 소비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것들을 선호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진지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무거운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큐’라는 장르 자체도 무겁고 어렵다고 생각해서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알고 보면 사실 굉장히 재밌거든요. 우리 모두가 좀 더 사유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사유하는 세상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바라요. 그러면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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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미 기자

서울예술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미 기자입니다.
좋은 기사로 찾아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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