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복, 전통 계승과 문화 파괴 사이 그 어딘가에서

2020.09.03 10:47:05

한복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해

몇 년 전부터 한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한복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전형적인 디자인의 생활한복에서 고유의 멋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살린 다양한 생활한복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복이란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을 뜻한다. 그 전통의 선을 현대부터 그어보면, 영·정조 시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풍속도에 나타난 한복까지 그을 수 있으며, 다시 조선 초기, 고려, 통일신라를 거쳐 고구려 고분벽화의 기본복식(유·고·상·포)까지 이어진다. 더 나아가 가시적인 자료는 없으나 고조선까지도 이을 수 있다고 본다. 몇 천 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만큼 한복의 변천도 끊임없다. 고구려,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복식들을 보면 상의의 길이 변화, 저고리를 입는 방법 등 시대에 따라 한복이 조금씩 달라져왔음을 알 수 있다.

 

생활한복의 개념은 1800년대 말 개화기 때 등장했는데, 일례로 우리가 흔하게 ‘유관순 한복’이라 부르는 당시 여학생들이 입던 개량한복도 등장했다. 이 개량한복은 어린 여학생들이 한복을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이화학당의 교사였던 선교사가 양장의 옷본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이렇게 전통한복에 활동성과 편의성을 높인 한복을 개량한복이라는 이름으로 칭했다. 하지만 개량(改良)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문화체육부에서 1996년, 생활한복이라는 용어를 ‘한복 입는 날’과 함께 지정했다. 현대에는 전통에 디자이너들의 개성과 유행을 조화롭게 담은 다양한 한복들이 한복의 명맥을 새로이 이어가고 있다.

 

최근 생활한복을 일상복으로 입고 다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한복의 요소를 착안해 만든 무대의상을 입은 가수들도 조금씩 늘었다. 이에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전통 파괴라는 부정적인 의견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생활한복이 받는 가장 큰 오해는 역시 왜색과 관련된 부분이다. 철릭원피스에 허리치마를 입은 것과 하카마는 외견상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둘은 공통점이 거의 없는 옷이다.

 

먼저, 허리치마는 전통한복의 풀치마 형태로, 현대의 랩스커트처럼 허리에 감아 입는 치마다. 하지만 하카마는 통이 넓은 바지이며, 1990년대에 들어 여성용으로 변형된 치마 형태의 하카마 역시 다리를 넣어 입는 통치마 형태이다. 또한 허리치마는 철릭원피스나 저고리와 입고, 하카마는 기모노 위에 덧대 입는다. 착용 시 치마의 위치도 하카마가 조금 더 높다.

 

옷을 착용했을 때의 모습을 구분해보면 허리치마의 주름은 한 방향으로 돌아간다. 전통한복의 주름 형태도 이와 일치한다. 하지만 하카마는 정면에서 봤을 때 주름이 좌우 대칭을 이룬다. 그리고 허리치마의 매듭모양은 전통한복의 고름모양이거나 여령(女伶)의 대대(大帶)에서 착안한 긴 리본형인 반면에 하카마의 매듭은 일본의 전통 허리매듭인 오비(おび)나 이를 변형한 끈이 길게 내려오지 않는 리본을 쓴다. 이렇듯 허리치마와 하카마는 서로 표절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러한 오해를 할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전통의복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는 한복의 현대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왜곡된 보수성이 그 원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시장을 넘어 디즈니와의 합작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한복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 작가는 “원형 잘 알고 지키는 것 물론 중요하다. 새롭게 재생산하려 해도 원형을 잘알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현대의 코드를 적극적으로 가미해서 화제를 일으키고 생활에 끌어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한복은 박물관 속 박제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현대화와 박물관 속 박제 사이에서 한복의 방향을 고민해봐야한다. 또한 이렇게 그 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전통음식 중 스키야키라는 소고기 요리가 있다. 얇게 썬 소고기를 파, 버섯 등의 채소들과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졸여 먹는 요리로 얼핏 들으면 우리나라의 불고기를 연상시키기 쉽다. 하지만 그 둘은 자세히 보면 조리법도, 먹는 방법도 확연히 다르다. 어느 것도 서로를 모방하거나 표절한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생활한복과 하카마 역시 마찬가지다. 겉보기엔 비슷해보여도 만드는 법과 입는 법이 염연히 다른 별개의 의복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활문화자산 중에서 한글, 한식, 아리랑 다음으로 한복이 한국인의 시민의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만큼 한복은 우리에게 깊숙이 녹아 있다. 어쩌면 생활한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전통 한복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에서 기인한 우려일 것이다.

 

하지만 분별없는 애정은 갈등을 낳을 뿐이다. 왜색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한복에 대해 알면 생활한복을 폭넓게 즐기면서 정말 무분별하게 변형된 일부 한복으로 비판의 방향을 올바르게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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