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를 글에 엮는 사람들, ‘세상에 흔적을 남기다.’

2020.09.03 10:44:07

독립출판 이야기
개성시대에서 추구하는 문학의 색채

혼자 여행을 떠났다.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나는 글을 종이에 옮겨적었고, 의사소통만 가능한 간단한 언어를 내뱉으며,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이야기했다.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일들을 겪으며 알아간 것들이 많았고, 글을 통해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것은 A의 이야기이다.

 

매일 감정 일기를 썼다. 힘들었던 날에는 듣고 싶은 위로의 말도 적었고, 기쁜 날에는 그 기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적었다. 슬픈 날에는 그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적었고, 화가 나는 날에는 차마 내뱉지 못한 아픈 말들을 적었다. 그렇게 내가 느낀 감정들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다. 이것은 B의 이야기이다.

 

이외에도 타지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 얻은 지식이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이들이 찾은 것은 삶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엮어주는 ‘독립출판’이었다.

 

독립출판은 글의 주인인 저자가 직접 책을 만드는 1인 출판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직접 출판 등록을 해서 자신의 책을 만들 수 있고, 모든 출판 과정을 직접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자신만의 책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면 1권만 제작해도 되며,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면 여러 권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만의 책을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독립출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자신의 색채가 담긴 ‘책을 낸’ 작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NS와 같은 인터넷 매체의 발달을 통해 누구나 쉽게 글을 쓰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작가라는 직업을 동경하면서도 직접 글을 써보길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글이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심어줄 때, 자신의 글에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대상은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이러한 인터넷 매체의 발달에도 존재했던 어려움은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책을 누구나 낼 수는 없다.’라는 것이었다. 책을 내기까지 드는 비용이나 책을 낸 후의 유명도, 책을 내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이 그들의 망설임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망설임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증명하길 바란다. 내 삶을 기록하고, 내 삶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내 삶이 기억될 때, 또는 책을 통해 나의 감정과 생각을 간직할 때,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부 출판사나 서점에서는 독립출판물의 홍보를 위해 서포터즈를 모집하기도 하고, ‘인디펍(INDIEPUB)’과 같은 독립출판 플랫폼이 개설되기도 했다. 이는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작가들을 지원해줌과 동시에 작가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기 위한 것이다. 현재와 같은 ‘개성시대’에서는 자신만의 색채를 지녔지만, 대중을 따라가지 못하고 묻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유지하는 것이 문학의 색채를 보존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대중의 시선에 발맞춰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취향에 물들어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매체의 발달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유일하게 살아남게 될 지식의 매개체는 ‘책’이 될 것이며, 그 책은 우리의 삶을, 나를 세상에 증명할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독립출판은 현재의 우리에게 더 중요하게 느껴지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서로를 모방하여 모두가 같은 사람이 되고, 단순화되어가는 시대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우리는 글을 쓰며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의 시선은 글을 향해있다.



신소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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