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폐합’, 두려운 다섯 글자

2020.04.16 19:28:44

통폐합이라는 소용돌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캠퍼스엔 = 이수현 기자] 학과 통폐합. 이 다섯 글자에 혹여 자신의 학과가 사라질까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대학생이라면 학과 통폐합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학과의 문제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말이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에서도 경영학과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법학과와 지식산업법학과, 스포츠레저학과와 운동재활복지학과의 통폐합 이야기가 한창이다. 학과가 통폐합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학생들은 각자 저마다의 의견을 펼치며 토론을 벌인다. 대체 학과 통폐합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이리도 열띤 반응을 보이는 걸까?

 

우선 학과 통폐합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학과 통폐합이란 말 그대로 한 학과를 타 학과와 통합, 즉 합치거나 혹은 아예 없애는 구조조정이다. 이러한 통폐합을 실행하는 이유는 교육부의 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일반대학의 경우, 교육여건,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 중장기 발전계획, 교육과정, 특성화를 기준으로 대학을 총 5개의 등급으로 나누는데 하위 등급일수록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각 대학들이 상위 등급을 얻기 위해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폐지하거나 타 학과와 통합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에서는 2016년부터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 즉 프라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라임 사업은 사회의 수요에 맞춘 학과 개편과 정원 조정을 요구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을 실시하는 목적은 인력 미스매치의 양적 조정과 대학 교육의 질적 개선 때문이다.

 

인문·사회 계열은 남는 인력이 많고, 이공계열은 현장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글을 많이 봐 왔을 것이다. 이러한 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확보하기 위해 인문, 자연, 예체능 계열 학과의 정원은 축소하고 공학 계열 학과의 정원은 확대한다. 또한, 통폐합을 진행하면 대학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적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학과 통폐합 문제로 학생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취업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이력서를 넣으면 통폐합된 학과를 졸업했다는 것을 기업에서 알게 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각 학과만의 특성이 없어진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학과의 이름을 보면 알게 되는 특성들이 있다.

 

하지만 학과를 타 학과와 통합하게 되면 고유의 특성이 묻히게 된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그 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통합이 되어 ‘학부’로 바뀌게 된다면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 타 전공의 수업을 듣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학문의 가치 역시 하락하게 되며,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피해가 된다.

 

이렇게 학과 통폐합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대학이 과연 취업만을 위해 존재하는 교육기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하며 취업을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취업 자체가 대학의 존재 목적은 아닐 것이다. 대학은 여러 학문 분야를 연구하고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고등교육기관인데 언제부터 취업만을 바라보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한, 모든 학문의 기초는 순수학문이다. 순수학문이라는 용어 자체의 뜻 역시 ‘응용 학문이나 실용 학문의 밑바탕이 되는 학문’이다. 인문, 자연계열 등 이러한 순수학문을 축소하면서 어떻게 공학 계열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취업 역시 중요하지만 순수학문의 가치를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 등 대학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통폐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존재할 것이다. 이런 경우, 학교 측은 구조조정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입장을 보호, 존중해 주며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할 것이다.

 

학교 측에서 어느 날 갑자기 통폐합을 통보하는 방식이라면 학생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진다. 또 정당하지도 않은 방식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그래야 통폐합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학생들과 손을 잡고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수현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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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수현 기자입니다.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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