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파란색

2020.08.15 17:30:00

맞지 않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아이를 때릴 줄 모른다.

 

 머릿속에 [빨간 파란색]을 떠올려 보아라. 글자로 형상화하지 말고 노란색, 초록색과 같이 색깔 그 자체로 정의해 보아라. 어떤 위대한 화가가 살아 돌아와도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빨간 파란색]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아니, 평생 살면서 [빨간 파란색]이란 단어를 생각할 일이나 있겠는가.

 

 그런데 있다. [빨간 파란색]같은, 인생 사는데 하등 필요도 없는 그런 개념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본 적도, 알 수도 없는 [빨간 파란색]의 색깔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삼촌과 독립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아빠와 나눴던 대화를 말씀드린 적 있었다.

 

 "의견 차이로 인해 부자지간에 분쟁이 많이 일어나요. 그럼 항상 나오는 소리가 이거예요.

[너, 내 덕분에 이렇게 따뜻한 집에서 먹고, 자고, 씻고 할 수 있는 거잖아. 내가 너 다 먹여살리고 있는데 그게 싫으면 너 나가. 나가서 혼자 살아.]

 이 말을 꺼내는 순간 저는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왜냐면 사실이잖아요. 좋으나 싫으나 일단 아빠가 돈 벌어오고 보살펴주기 때문에 제가 이제까지 살 수 있는 거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었기에 나는 웃으며 말했으나 이 말을 들은 삼촌께선 급속도로 얼굴이 굳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떼셨다.

 

 "그거는...... 아니야. 그래선 안돼.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모든 것은 사랑으로 베풀어야지, 그런 금전적인 부분이 바탕이 되어선 안 되는 거야. 부모 자식 간에는 오로지 사랑만이 있어야지, 그런 계산적인 관계가 되어선 안돼"

 

 삼촌의 심각한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채 내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도 이 문제에 관해서 가끔씩 생각을 해요. 만약에 나중에 제 아이들이 저에게 대들거나 제 의견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너 내 덕분에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는 거잖아. 내 말 듣기 싫으면 나가 살아.]

 이 말을 안 할 자신이 있느냐, 라고 저한테 물었을 때 "그렇다."라고 할 확신이 없는 거예요."

 

 "거 봐, 만약 너가 아빠한테 그런 말을 안 들었으면 그런 고민을 할 일이나 있었겠어?"

 

 삼촌과의 대화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사는 내내 그 말을 들어왔고 부모가 자식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잘못된 것이란 걸 몰랐다. 부모의 집에서 살려면 당연히 부모의 말에 순종하며 대들지 않아야 하는 줄 알았다.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모든 것은 사랑으로 베풀어야 한다.' 난생 처음 듣는 말이었다.

 

 사람은 극단적인 악행에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어느 정도 적당한 악행에는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면 집에 들어오면 술에 취해 가족을 때리는 아빠나 걸핏하면 외간 남자와 눈이 맞아 바람을 피는 엄마를 보고 '나도 커서 저렇게 되어야지.'하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 부모를 반면교사 삼아 올곧게 자라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애완동물을 발로 차고 던지며 노는 아빠나 쌍욕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옆에서 누군가 바로잡지 않는 한 자라서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인지 자체를 하지 못하니까.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은 부모의 모든 언행을 익히며 모방한다. 때로는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를 안기고, 나아가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언행을 아무렇지 않게 행한다. 아이는 그런 언행을 그대로 받아들여 역시 자신의 자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전달한다. 이런 언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잘못되었다는 인지 자체를 못 하기 때문에 찾을 수조차 없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그 과정을 수없이 거쳐야만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빨간 파란색]을 찾을 수가 있다.



이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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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정보보안학과 재학 중인 이경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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