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적 연구의 초절정,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2020.09.02 20:48:54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한 이야기
'시도'와 '개방적 사고'에 대하여

2008년 말콤 글래드웰은 본인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1만 시간, 즉 10년동안 한 분야에 몰두하여 실력을 닦으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보통은 이런 사람들을 두고 우리는 '스페셜리스트' 내지는 전문가라고 칭한다. 이 '1만 시간의 법칙'을 두고 지금껏 수많은 사람이 찬성과 반대를 논의해왔고, 이와 관련한 서적, 뉴스 등을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본 칼럼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의 옳고그름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1만 시간이 중요할 지언정, 바야흐로 '제너럴리스트'들의 학제적인 접근이 절정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데이비드 엡스타인이 출간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Range)」라는 책과 사티아 나델라(MS사 CEO)의 책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는 각각 2019년 2017년에 출간된 책으로 '아웃라이어'보다는 훨씬 최근의 트렌드를 담고 있다. 상세한 부분에선 차이가 있지만, 이 두 책이 공통적으로 젊은 층에게 요구하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제적인 접근이며, 이를 위한 창조적인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개념, '시도(experiment)'와 '개방적 사고(open-minded)'를 제안한다. 이 글에서는 내용적 측면을 다루기보단, 위의 두 가지 개념에 오롯이 집중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인 '시도(experiment)'는 사실 진부하리만큼 자주 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디어에서 인정받는 배우들을 생각해보자. 헐리웃 배우 짐 캐리는 젊은 나이 때부터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길거리에 나앉았다. 하지만 꾸준히 연기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고, 수많은 일을 거쳐가며 직접 발벗고 일을 찾아다녔다. 한국의 배우 송강호 분 역시 처음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 아주 작은 무대에 찾아가 연기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라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은 그들을 정신적으로 강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SBS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어린 나이에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를 위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면, 전문가들은 절대 그 분야에만 몰두하지 말고 다른 것들도 꾸준히 시도해볼 것을 권장한다. 실패에 대한 보험의 의미도 담겨있지만, 다양한 경험이 응용될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두 번째인 '개방적 사고'는 바로 와닿지는 않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우선, 학제적인 접근은 '개방적 사고'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정치경제학'은 현재 일반적인 학문명칭으로 쓰이지만, 사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자주 쓰이는 용어가 아니었고, 한 현상에 대해서도 정치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이라는 두 가지 분리된 해석이 존재했다. 하지만, 대공황을 비롯한 경제적 위기가 국가의 대내외적 정치적 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정치경제학이라는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는 학자들이 늘었다. 보다 친숙한 예시를 들자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대표 사티아 나델라는 기술이라는 한 분야에 세상의 축소판이 있기를 바랬다. 그녀는 일상에 첨단 기술이 닿기를 염원했으며, 글로벌 시대에 맞는 윤리적 인식과 결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기술의 발전만큼 보안성을 높이는 것에 몰두하였으며, 동시에 기술 취약 계층이 겪을 정보의 불균형과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민들을 위한 핀테크 기술 등을 개발하였다. 이처럼 모든 분야가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여지가 있기에 '개방적 사고'는 우리가 학제적인 사고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한 때는 배고픈 학문이라고 여겨졌던 인문학이 2010년대 이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문과의 전유물이고 고리타분한 철학 정도로만 치부되었지만, 최근에는 '기술인문학', '과학인문학' 등의 방향으로 결합되고 있으며 특히 고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 사랑은 유명했다. 이들이 이 결합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인문학과 과학을 결합한다는 열린 사고를 하지 않았다면 애플(apple)이 사람들에게 각광 받을 수 있었을까. 현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멈춰있는 듯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것이 다른 분야와 결합되어 불꽃 튀는 쟁점이 되었다. 국제정치적 현상으로 보자면, 미국과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갈등을 겪었으며, 세계 공통적 현상으로 접근하자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온택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제너럴리스트일수록 한 가지 현상을 해석할 때 다른 누구보다 먼저 준비할 수 있으며 다양한 방면으로 해석할 틈이 생긴다. 우리는 이것을 '창의성'이라고 부르곤 한다. 우리가 학제적인 접근에 대한 '시도'와 '개방적 사고'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다양하게 알수록 내가 도전할 기회가 오는 것이다.



이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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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함께 전진하는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이병권입니다. 세상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편견없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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