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노유림 기자] 전 세계 방역망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이다. WHO(세계보건기구)발표에 따르면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올해 1월 우한에서 집단으로 발병한 폐렴의 원인으로 확인됐으며 감염증은 발원지의 명칭을 따 우한 폐렴으로도 불렸다. 꾸준히 수신되는 안전 안내 문자는 지난 2015년 한국을 강타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연상케도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함에 따라 특정 인종을 향한 혐오가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용어인 ‘짱깨’를 이용해 ‘착짱죽짱’(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이라는 혐오표현이 빈번히 사용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을 제목으로 단 ‘보건복지’분야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23일 등록된 해당 청원글은 일주일이 지난 현시점 60만명에 가까운 청원동의를 받았다.
일부 언론은 바이러스의 근원지를 노출하는 과정에서 중국 우한이라는 해당 지역 및 국가의 문화를 문제 삼았고 이는 질병이 아닌 국가와 인종을 향한 편견과 혐오로 자리 잡았다.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정식 병명을 언급했음에도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해당 지역의 근본적 문제임을 은연중 인식하도록 했다. 이는 특정 지역명이 전염병 명칭으로 명명됐을 때 발생할 여파를 고려하지 못하는 처사다.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느낄 공포는 당연하다. 이미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이라는 결과를 한차례 실감했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인종과 국가를 근거 없는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정당한’ 이유가 돼주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사회적 소수자나 특정 인물 등을 향한 혐오가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이에 덧붙여 혐오를 자행하는 이들은 늘 ‘그럴듯하고 합리적인’ 명분을 내세우며 혐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낸다. 각종 커뮤니티와 매체에서 혐오 표현이 사용될 때 혐오적 발언이나 태도를 만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여기에 명백히 못을 박자면, 혐오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할 수 없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향한 기본권 침해에 합리적이라는 표현을 쉬이 쓸 수도 없으며 쉽게 일반화 된 혐오 대상은 무분별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특히나 적확하지 않은 판단과 선입견에서 오는 혐오는 사태의 개선이 아닌 악화를 부를 뿐이다.
‘합리적인 혐오’는 존재할 수 없다. 혐오에 보장된 ‘정당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혐오와 차별이 공공연히 발생하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